이름이 선뜻 떠오르지 않은 것은 동해의 무심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뭐였더라. 혀끝에 고여 나올 듯 말 듯한 이름을 고민하며 눈을 부릅뜬 사이 엎드린 등이 서러운 울음에 약하게 들썩거린다. 맞은편에 선 어머니가 당황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와 꼭 같은 교복. 게다가 눈물에 젖은 뺨과 눈은 분명히 익숙한 것이었으나, 같은 반 아이가 고작 할머니...
1. 문을 열자 보인 것은 시야 가득 펼쳐진 꽃다발이었다. “이게 무슨…” “생일 선물.” 놀라서 벙찐 커크의 손에 꽃다발을 안겨준 술루가 덤덤하게 대꾸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제집처럼 당연한 행동에 저도 모르게 옆으로 살짝 비켜서 술루가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커크가 여전히 품을 가득 채운 꽃을 내려본다. 키가 작지 않은 제가 들어도 묵직할 만큼 크다...
“좋아요.” 뉴트 스캐맨더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분명히 1인실을 쓸 수 있도록 요청했고, 그것은 받아들여졌다. 그가 다시 런던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그는 되도록 혼자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간 정리한 원고를 다시 한 번 살피고 순서를 정하는 일은 까다로웠고, 비록 뱃멀미가 들이닥치긴 했지만 그럴 땐 제 가방 안에서 진행하면 됐으니까. (물론 그가 그의...
“아,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캐주얼한 차림의 남자는 드물게 플라자에까지 들어선 자동차 딜러라고 보기엔 꽤 어린 느낌이 있었다. 고동색 머리칼을 매만지던 남자는 급하게 PX-70을 가리키며 질문을 쏟아내는 커크와 술루를 조금 의심하듯 바라보았지만, 술루가 주머니를 뒤져 자신의 뱃지를 보이자 매우 협조적으로 돌아섰다. 커크는 투명한 유리창 가까이에 선 아...
“이제 어디 가는 겁니까.” “어디 가겠어요. CCTV 확인하러 가지. 앞에 경찰서가 있는데, 아파트 입구 쪽의 거리에 설치된 화면을 확보했다고 하니 가서 봅시다.” CCTV라. 커크는 턱을 매만지며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술루의 뒤를 따랐다. 에디스와 헤어진 후에도 술루는 멈추거나 쉬지 않았다. 커크는 이곳의 제임스 커크를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
안녕하세요, 텔입니다. 늘 글을 봐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시고 후원 및 구매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어쩐지 포스타입에는 이런 사담을 자제하고 연성만 올리게 되어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적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항상 감사드립니다ㅠㅠ)! 다름이 아니라, 11월 26-27일에 열리는 스타트렉 구뉴전 및 2월 26일에 열리는 술루른 행사에 참여를 거의 확정짓게 되...
“그러니까 당신 이름이…” “드미트리라니까. 편하게 뎀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그럴 사이까지는 아직 아닌 것 같아서. 이봐요, 아직 어디 아픈 거 아니죠? 기억 상실이라거나?” 자신의 머리를 살짝 두드리며 묻는 술루의 빤한 시선에 커크가 힘겹게 눈을 뗐다. 남자는 커크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술루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제법 단정한 정장. 스타플릿의 유니폼...
“못 하겠어요.” “히카루.”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짐. 나는… 정말로 못 하겠어요.”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분명히 반칙이다. 점진적으로 찾아온 갖은 부작용과 통증으로 부어터진 얼굴의 푸른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술루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굳게 다물린 입술과 결연한 눈매에, 애원하려던 커크는 좌절했다. 술...
“요구한 건 오메가입니다만.” 단정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말투는 의외의 것이라, 커크는 잠깐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이 들은 것을 의심했다. ‘깔끔하고 얌전한 차림으로’ 라는 조건에 낄낄거리며 차림이 얌전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다 벗어던질 거. 하며 비웃으면서도 그는 오랜만에 수트를 차려 입고 호텔을 찾은 참이었다. 의뢰인이 부른 호텔은 도시에서도 ...
커크 스물일곱술루 서른둘 “안녕.” 술루는 문을 열며 말했다. 그것은 다녀왔다는 뜻이기도 했고, 왜 기분이 좋지 않느냐는 안부이기도 했고,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말해보라는 위안이기도 했다. 집 안의 불빛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 술루는 구두를 벗으며 더듬거려 불을 켜려고 했지만 그보다 커크의 목소리가 빨랐다.“켜지 마.”“그래.”술루는 잠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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