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옥스퍼드 출신 도련님은.” 갓 우려낸 홍차를 찻잔에 따르던 찰스 자비에가 제 앞으로 다가오는 에릭 렌셔를 향해 웃으며 대꾸했다. 그거 편견이야, 에릭. 소리소문 없이 금속으로 된 잠금쇠를 열어 들어온 사람치고는 뻔뻔한 얼굴의 에릭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에릭, 자네도 한 잔 줄까?” “난 스카치가 훨씬 취향이라.” “저런, 오늘 같은 날 술을 ...
0. 우린 그냥 상처받은 사람들일 뿐이에요. 그 말을 했을 때, 브랜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이먼은 왜요? 하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지만 브랜든은 성에를 닦아낸 창처럼 표정을 말끔하게 지우고 입을 다물었다. 아주 예전에, 그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브랜든은 그 말을 무시했고, 그 결과는 아주 처참했다. 브랜든은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으므...
완벽한, 완벽한 죽음. 브루스는 씩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은 그 어떤 때보다도 괜찮았다. 창백하지도, 다크서클이 길게 내리지도 않았고 수염도 깔끔하게 민 상태였다. 운동을 해서 근육도 조금 있었고 스코틀랜드에서의 상처들은 거진 아물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브루스는 다시 한 번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죽음. 그래서 어쩌면 죽음은 더욱 완전해질지도 ...
웨슬리와 브랜든 “무섭나요?” “그런 건 아니고요.” “억지로 하게 된 거예요?” 웨슬리가 물었다. 웨슬리 앞에 놓인 레모네이드는 이미 반쯤 비워져 있다. 브랜든은 막연히 그가 저처럼 긴장했거니 생각했지만 그건 그냥 날이 더운 이유였다. 다시 한 번 스트로를 뺨이 홀쭉해질 정도로 빨아들인 웨슬리가 잔을 내려놓으며 브랜든을 바라보았다. 닮은 듯 닮지 않은 얼...
“어서 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부인.” 르프로이는 페어팩스 부인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놓치지 않았기에 그녀의 두어 발짝 뒤에서 떨어져 걸었다. 비싸진 않지만 잘 다려진 옷자락이 고풍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카페트 위를 스치는 부드러운 소리. 르프로이는 걸음마다 그의 옆얼굴로 떨어지는 시선을 느꼈지만 웃음을 유지한 채 보지 못한 척했다. “마사, 샌드위치와 ...
“여기.” 스스로 신중하게 돌던 티스푼이 우뚝 멈춘다. 소소한 휴식시간의 낙을 빼앗겨 억울한 진이 슬쩍 눈을 들어, 자신의 앞으로 종이를 내민 에릭 렌셔를 바라보았다. “행크가 주던데. 학교 뒤쪽 설계도야.” “학교가 너무 커요.” 진은 굳이 에릭에게서 받아드는 대신 설계도가 스스로 자신의 손으로 오도록 했다. 에릭은 그 말에 얇게 입술을 끌어올렸다. 자비...
지친 얼굴로 현관문을 열던 브랜든이 잠깐 멈칫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노랫소리, 그리고 풍기는 알싸한 술 냄새. 잔뜩 어질러진 거실은 아침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라는 건 눈대중으로라도 알 수 있었다. 브랜든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발길에 두툼한 옷가지가 채였다. 브랜든은 눈썹을 찡그렸다. “야, 그거 조심해라. 비싼 거다.” “이런 게?” ...
나의 침실로 A 찰스는 더 이상 엑스베이비들의 훈련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다년간의 실전 아닌 실전을 통해 숙달된 능력을 가진 레이븐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육체적으로도 그의 다리가 아이들의 모든 훈련을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떤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 커트. 마음을 편히 가지렴.” 찰스는 휠체어를 천천히 움직여, 긴장해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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